2008년 10월 31일 금요일

커피를 많이 마시면 어떻게 되나

* Wake up slow, baby, wake up slow.....

잭 존슨 아저씨가 자꾸 늦게 일어나란다. 그러고 싶은데 낼 숙제가 있어요. 1시도 넘은 이 시간에 나는 학교에 짱박혀서 열심히 숙제하(다 말고 잠시 친구들 블로그를 둘러봤지만)고 있다. 여기 호주에선 이상하게 금요일이 아니라 목요일 밤에 많이들 논다. 아까 저녁에도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추스렸다. 내일까지만 힘들면 일단 큰 산 하나는 넘은거니까. 우와. 그러고보니 여기 온지 벌써 4개월도 지났구나- 시간이 빠르긴 빠르지 싶다.

허지웅 기자의 글을 읽었다. 많이 힘든가보다. 말은 싸가지없게 해도 굉장히 여린 사람같다. 힘내요, 시간이 흐르면 다 낫지는 않아도 잠잠질거예요. 난 지금 '인디자인'이란 프로그램으로 'Disability People'에 관한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다. 신문 비슷한것도 만들었다. 영어로 된 기사를 읽고 문장을 자연스럽고 쉽게 고쳐봤고, 호주에서 일어나는 현재 사건들에 대해서도 시험을 봤다. 이제 나는 호주의 'PR persons'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도 알게되었고, Vegemite가 호주인들에게 단순한 잼 그 이상이라는 것도 안다. 저널리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으려는' 마음가짐이라는 것도 배웠다. 짜식. 애처럼 질질짜면서도 여기까지 왔네. 새삼 기특한 내자신.

그려. 처음 왔을때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보이진않아도 계속해서 자라고 있다. 그러니까 쫄지마. 울지마. 포기하면 지는거다. 짜식. 멋지다. 오늘 밤에 커피 많이 마셨어요. 카페인 과다복용해서 그래요. 그래도 난 내가 좋아요. 토닥토닥. 예쁘다. :)

2008년 10월 23일 목요일

Make your own client,



* USC

어느 새 학기도 거의 끝나간다. 총 13주의 week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 학기인데 어느새 12주차에 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3개, 그리고 기말고사는 2개. 첫 시험까지 약 2주정도의 시간이 남았기에 왠지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럴 때가 아닌것 같다. 처음와서 한 두달간은 정말 스트레스도 많았고 힘들었는데, 나름 가깝다고 느끼는 친구들도 생겼을 뿐더러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져가고, 영어도 조금씩 늘어가면서 많이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학업적인 면에서야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하고 싶은 말도 배우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문제는 역시나 언어. 이건 내 노력 여하에 달린 거지만 시간도 필요하니 너무 조급해 한다고 해결될 수준은 아니다.


* Studying Subjects

현재 내가 듣고 있는 코스는 총 4개로, 각각 튜토리얼과 렉쳐로 구성되어 있다. USC의 학위를 따려면 모두 Pass이상을 맞아야 하는데, 처음에는 이것도 받을 수 있을지 고민될 정도로 심각했지만 지금은 좀더 목표를 높게 잡아야겠다고 느낀다. 다만 유학와서 가장 힘들다는 첫 학기였으니, 예상 점수는 그리 높지 않다. CMN 130, 140, 213, 218 - 각각 저널리즘, 광고학, PR 분야와 Editing에 대한 과목인데 현재 가장 힘든 코스를 꼽자면 CMN 213. 어드밴스 코스로 2,3학년들이 듣는 수업인데다 영어에 감이 약한 나로서는 주어진 텍스트를 이해하기도 벅차다. (그런데 과제는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하게 꼬아놓은 텍스트를 'Plain English'로 고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쨌거나 현재 상황에서 봤을때, 한국에서의 학점도 깎이지 않으면서 이번 학기를 무사히 마치려면 극단적인 점수가 필요할 것 같다. HD(High Distinction) 아니면 P(Pass)가 필요한 거다. 물론 다 좋은 점수를 받으면야 좋겠지만 현재의 내 상황으로선 하나만 HD를 맞아도 감사한 일. 기말고사 비중이 큰 CMN 140 광고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HD을 받고, 나머지는 Pass로 이겨내야(?)겠다. 지금은 이렇게 만족하지만 다음 2학기땐 ALL HD이 목표다.


* Mind Control

어딜 가나 그렇겠지만 이 마인드컨트롤이란게 정말 쉽지 않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내 마음 하나 다스리기가 힘든 거다. 유혹에 약하면 유혹당할 장소에 가지를 말고, 과제가 걱정되면 과제를 하면 된다. 굉장히 간단하고 생각보다 '쉽다'. 앞으로 시험까지 한국 사이트는 금지. (특히 네이버와 싸이월드). 그리고 전화통화도 30분 넘기지 않기. 호랑이처럼 토끼를 잡을 때도 뼛속의 힘까지 다 사용해야 한다. 그 뒤에 찾아오는 휴식이 그냥 쉬는 것보다 몇 배는 달콤한 법이니, 시험 끝날 때까지는 마음 다스리는 연습 한다고 생각하고 참아봐야겠다.


* Choice and Change

시험때까진 바쁘기도 바쁘겠지만 여러모로 변화가 많을 것 같다. 일단은 기숙사가 아닌 홈스테이를 경험해보기로 결정했고, 또 방학때 할 파트타임 잡(Part time job)도 생각중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항상 스스로의 '우선 순위 가치'가 필수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홈스테이를 구할때 내가 가장 고려하는 점(가치)은 1) 홈스테이 패밀리의 가족적인 분위기 및 문화 경험 2) 영어를 최대한 많이 쓸 것 3) 학교와 멀지않으며 근처에 공원이나 해변이 있을 것 등이다. 파티타임 잡 또한 1) 영어 사용 능력- 말을 많이 하거나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 2) 다양한 경험 (이왕이면 언론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이다.

즐겁다 즐겁다하면 즐거울 것이고,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면 행복해지겠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가끔은 버텨내기 힘들기만한 지금의 이 자리도 과거의 눈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현재의 이 순간 또한 미래로 이어질 것을 알고있으니, 최선을 다해 놀땐 놀고 할땐 해야겠다. 즐기자 청춘- :)

2008년 10월 19일 일요일

별이 빛나는 밤에

From 'Contact' (Movie,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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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ecutive: We must confess that your proposal seems less like science and more like science fiction.

Ellie Arroway: Science fiction. You're right, it's crazy. In fact, it's even worse than that, it's nuts. You wanna hear something really nutty? I heard of a couple guys who wanna build something called an airplane, you know you get people to go in, and fly around like birds, it's ridiculous, right? And what about breaking the sound barrier, or rockets to the moon? Atomic energy, or a mission to Mars? Science fiction, right? Look, all I'm asking is for you to just have the tiniest bit of vision. You know, to just sit back for one minute and look at the big picture. To take a chance on something that just might end up being the most profoundly impactful moment for humanity, for the history... of history.

Ellie Arroway: [to a group of children] I'll tell you one thing about the universe, though. The universe is a pretty big place. It's bigger than anything anyone has ever dreamed of before. So if it's just us... seems like an awful waste of space.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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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하늘을 보면서 생각하곤 했다. 특히나 밤하늘이 맑아 별이 잘 보일때면, 정말 이 지구외에 다른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하고. 사실 저렇게 철학적이진 않았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을만큼 힘들었을때는, 별을 보면서 '거기 누구 있어요? 있으면 나도 좀 데려갔으면 좋겠는데-'하고 간절히 바라곤 했으니까. 바보같고 우스꽝스럽지만 그랬으니까. ;)

영화 Contact를 보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나 어떤 상황에서도, 모두가 그건 시간과 네 인생을 낭비하는 것뿐이라고 비난할때도, 실패만을-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의심없이 자신의 꿈을 쫒는 그녀, 엘리가 참 멋져보였다. 나도 인생을 걸만한 무언가가 있었던 거 같은데. 내 꿈아, 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니? 잠들어있던 내 열정도 조금씩 살아나는 듯하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양호하다. 친구들과도 그렇고, 가족들과도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고. 서울의 4년제 대학교, 혈기왕성한 20대 초반, 하고싶은 일도 명확하며 그걸 해낼만한 능력도 가지고 있는 젋은 여성. 이 정도면 괜찮은 걸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또 어디론가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 것 같긴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얼마 안 있으면 모국으로 돌아가겠지. 그리고 졸업을 할테고, 돈을 벌수있는 직장을 가지게 될거다. 남자친구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행복해서 두렵다. 이 또한 언젠가는 변하게 될까봐서...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결혼도 할테고, 아이를 낳을 수도 있겠지. 친척들의 경조사를 챙기고, 시시콜콜한 일로 남편과 다투기도 하면서 그렇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려나. 생각해보니 별거 없구나. 아니면 이런게 다 '별거' 일지도.

신은 있을까? 있다고 생각해왔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기억하지도 못하는 아주 어릴적부터 그랬으니까. 1:1로 만났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같은데...'처럼 애매한 말도 없다. 아마도 확신할 수가 없는 탓이려나. 그래도 아직까진 믿는 편에 가까운것 같다. 돌아보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던 일들을 경험한 적도 많았으니까. 증명할 순 없지만...나도 그렇게 믿는다. '믿는다.' 는 게 '믿음'이라고 하면 어불성설인가.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봐야겠다. 내 인생에서의 최고 가치가 뭔지. 뭐가 제일 중요한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세워야겠다. 행복했을때와 아니었을때를 기억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들을 시작해야겠다. 가족이나 친구, 그들과의 관계 안에서가 아닌, 인간 그 자체로서의 나를 바라봐야겠다. 인간은 참 재밌는 동물이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참 축복이지.

Follow your heart. ;)
밤이 늦었으니 자야겠다.
창밖에는 오늘도 별이 빛나고 있을거다. 보일지 않을지는 몰라도.

2008년 10월 7일 화요일

Do your best!

오늘은 화요일. 오는 금요일까지 2개의 과제가 있는데,
각 과제당 30, 35%로 나름 꽤 비중있는 숙제다.

근데 중요한건, 이제 겨우 반의 반 정도밖에 오지 못했다는 것.... :(
지금의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해낼 수도 있을것 같다.
아니, 최선을 다해 최대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한다.

미루거나 도망칠 생각말고 한번 부딪혀보자.
까짓 23 피끓는 청춘인데...잠 좀 못잔다고 죽기야하겠어.
금요일만 끝나면 편지도 쓰고, 떡볶이랑 짜파게티도 해먹고
선샤인 코스트 도서관도 가고... 못했던거 다해줄테다! ;)


그 때까지만 참아야지.
힘들어하는 내 자신, 가엾어하지 말고 다그치면서 껴안아줘야지.

실패가 없이는 성공도 없고, 시도가 없이는 실패도 없으니까.


난 점점 더 나아질꺼야 :)

2008년 10월 3일 금요일

이 까짓꺼쯤이야.

아. 숙제하기 싫어서 열심히 글 썼는데 (실패와 실수는 배우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거라는) 한 순간의 실수로 날아가버렸다. 제목은 이 까짓꺼쯤이야 였는데 그래 이 까짓꺼쯤이야. 예전엔 기사 통채로 날린적도 있었는데 뭐.

'여러분 많이 구르세요.' 난 호주까지와서 구르고 있다. 후달리고 구르는 방법도 럭셔리하게 이 곳에서... 특히나 PR수업인 CMN218의 경우, 잘 하고 싶고 잘 할수도 있는 과목인데도 과제 하나 할때마다 느끼는 부담감이 어마어마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내 영어가, 점수가, 태도가 그러할테지. 누구 말마따나 튜토리얼땐 '왜 사냐건 웃지요' 모드다. 가끔씩 이런 내 자신에게 화가 날땐 '건들면 때릴거야' 모드.

그려..어차피 마주할거면 예뻐해주는 게 좋다. 외로움과 그리움이랑 친구한지는 이미 오래고, 이번엔 스트레스와 친해질 때인가보다. 너무 미워하지 말고 적당히 가깝게 지내야지. 앞으로 1년, 아니 얼마를 함께 할지 모르는 친구인데.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다고 누가 그랬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고. 누군진 몰라도 참 맞는 말이다. 버티고 버팅기다보면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 징징대던 어쨋건간에 나는 한발씩 나아간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이 곳에 온지 세 달도 지났다. 거봐, 시간 참 빠르다니까?

2008년 10월 2일 목요일

위로해줘요,

난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려.
사랑한다던 너의 응원을 기다려.
몇 줄의 메일, 몇 자의 편지를 기다려.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려.
내 마음이 괜찮아지기를 기다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무도 구해줄 수 없는 곳에
혼자서 갇혀버린 기분이다. 그래서 무섭고 두려워.
더욱 잔혹한 진실은 이 모든 상황을 풀수 있는 열쇠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부럽게만 보이는 이 외국 생활이,실은 이렇게나 외롭고 어렵다. 힘에 부친다. 기댈 사람이 필요하다.

도망치기 싫은데, 그게 정답이 아니라는걸 나도 아는데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다. 어떻게 해도 실패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자꾸 엄습해. 사람들 앞에서 괜찮은 척 하는 것도 싫고, 모르면서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싫다.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한심함으로 우는 것도 지겹다. 이 부담감이 내게는 너무 버거운 문제..

어떻게 하면 나아지는 걸까. 그저 한 발만 내딛으면 될 것 같은데 사실 난 이것보다 훨씬 더 잘해낼수 있는 사람인걸 알고 있는데 그 '한 걸음'이 너무나 어렵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서, 누구든 구해줘- 누구든 내 손을 잡아줘- 하고 울고만 있다. 말도 못하고, 끙끙 앓기만 해.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
구질구질하다. 사실 이건, 가까운 사람들이 그냥 꼭 껴안아주면서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난 널 믿어' 라는, 단 몇마디 말만 해주면 치료될 문제인데. 그 몇마디를 듣지못해 이렇게 곪아가고 있다. 차라리 '똑똑하고 성실하고 부지런한 한국 유학생'이라고 스스로에게도 각인시켜서 아무도 모르게 연극이라도 할까. 그럴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나 정말 많이 수준 낮아졌지.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게 되는 이 상황들이 너무 싫다.


언젠가는 나도 저 나비처럼 훨훨 날 수 있을까....

오늘은 이렇게 그냥 계속 울다 잠들어버려야지.
아무도 몰라줘도......이 세상에 나 혼자여도........어쩔수 없다.

이게 내가 살아가야 할 현실이니까.